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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기다리며

kentaek 2026. 2. 12. 10:47

화창한 하늘이
겨울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다.
바람 끝은 아직 서늘하지만
햇살은 먼저 와 마음의 창을 두드린다.
투명한 빛 한 줌이
얼어 있던 생각 위에 내려앉아
조용히 숨을 불어넣는다.
땅은 아무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는 수많은 씨앗이
어둠을 이불 삼아 봄을 연습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둣빛은 피를 돌리고, 나무는 마른 가지 끝에
작은 심장을 매달아 둔다.
툭, 하고 터질 순간을 기다리며
고요 속에 힘을 모은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다.
겨울을 건너는 가장 단단한 방법.
눈 속에 묻혀도 뿌리는 포기하지
않고, 찬 서리 속에서도 속살은 몰래 물을 올린다.
봄은 늘
소리 없이 오지만 분명하게 다가온다.
어느 날 문득
들판이 숨을 틔우고
골목 끝에서 향기 하나가 먼저 돌아보는 순간. 그때 알게 된다.
긴 침묵도
결국은 꽃을 위한 시간이었음을.
나는 오늘도 마음 밭을 고르며
햇살 한 줌을 심어둔다.
추위에 웅크렸던 나를 조금씩 펴 보며
다가올 빛을 준비한다.
봄을 기다리는 꽃처럼 나도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