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부모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 한켠에 켜 놓은 작은 등불과도 같다.
세월이 흐르며 몸은 늙어가고
기억은 흐릿해져도, 부모가 살아 계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삶은 조금 덜 쓸쓸해진다.
부모는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고향의 산과도 같다.
멀리 떠나 있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믿음으로 사람은 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형제간의 정은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와 닮아 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라고 서로 다른 하늘을 향해 흔들려도, 부모라는 줄기가 살아 있을 때 가지들은 같은 바람을 느낀다.
부모가 계실 때 형제의 웃음은 더 부드럽고, 서운함도 금세 녹아내린다.
부모는 말없이 형제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날
아버지를 일찍 떠나보냈다.
기억 속 아버지는 새벽 안개처럼
잡히지 않으면서도 늘 곁에 머물러 있었다.
친구들이 아버지 손을 잡고 걷던 길 위에서 나는 혼자 그림자를 밟으며
조용히 걸어가던 아이였다.
그때의 허전함은 가슴속 빈 우물처럼
아무리 채워도 메워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마른 땅에도 풀을 자라게 하듯 내 마음을 천천히 다독여 주었다.
살아 보니 아버지의 부재는
버려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응원처럼 뒤에서 나를 밀어 주고 있었다는 것을 늦게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는 멀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추억 속에서
더 따뜻하게 살아나는 사람이 된다.
노을이 질수록
하늘빛이 깊어지듯, 떠난 부모의 기억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포근하게 번져 간다.
부모는 살아 계실 때는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떠나고 나면 숨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생명의 바람이 된다.
그래서 사람은 머리에 흰 눈이
내려도 부모를 떠올리는 순간 마음만은 어린 시절 골목길을 걷던 아이로 돌아간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부모의 마음은
창가에 놓인 의자처럼 자식이 앉아 주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내리사랑은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멈추지 않고, 부모의 기다림은
겨울 끝에서 봄을 부르는 햇살처럼
따뜻하다.
효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안부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하나,
그리고 얼굴 한 번 더 보여 드리는
소박한 기쁨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있었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
서 있고, 부모의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
올 설에는 그리움보다
발걸음이 먼저 닿기를 바라며,
부모 마음에 잔잔한 꽃 한 송이 피워 드리는 따뜻한 자식이 되기를
바래 본다.
52회 택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