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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끝자락, 봄을 부르는 날

kentaek 2026. 2. 21. 11:39

아직은 이월의 끝자락,
겨울이 자리를 완전히 비켜주지 못한 시간이다.

찬 기운은 골목 모퉁이에 남아 있고,
햇살만 먼저 봄처럼 다가와 어깨를 두드린다.
마치 늦잠 자는 아이를 깨우듯,
계절은 조용히 세상을 흔들어 놓는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마다
보이지 않는 숨결이 맺혀 있다.
꽃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꽃의 생각이 먼저 피어나고,
연둣빛은 씨앗 속에서
작은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다.

얼어 있던 흙은 서서히 풀려
긴 한숨을 내쉬듯 김을 올리고,
그 틈 사이로 초록 싹 하나가
조심스레 세상을 엿본다.

겨울을 밀어낸 힘은 크지 않지만,
그 작은 밀어올림이 계절을 바꾼다.
어디선가 벌 한 마리
봄을 착각한 듯 허공을 맴돌고,
새들의 울음은 짧던 음을 늘려
마치 봄 연습을 하는 합창처럼 들린다.
아직 꽃밭은 비어 있지만
세상은 이미 봄의 리허설 중이다.

이월의 봄은 화려하지 않다.
꽃 대신 기다림이 피어 있고,
초록 대신 희망이 먼저 돋아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땅속 강물처럼 흐르며
조용히 계절의 문을 밀어 올린다.

오늘 햇살 속에 서 있으니
마음도 얼음을 녹이듯 조금씩 풀린다.
봄은 멀리서 오는 손님이 아니라,
겨울을 견딘 자리에서
스스로 피어나는 숨결임을 알겠다.

아직은 이월,
그러나 세상은 이미
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남산길에서....